뇌를 바꾸면, 애쓰지 않아도 해야 할 일에 바로 착수할 수 있다
이 포스팅의 목적은, 우리의 뇌가 ‘할 일을 미루지 않는’, ‘지금 당장 행동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는 것이다. 여기에 ‘의지의 힘’은 관계없다. ‘노력하고’, ‘애를 쓰는’ 것과 같은 고통을 수반하는 마음가짐으로는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에 착수할 수 없을뿐더러, 지속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스스로가 노력하는 것이 아닌, 당신의 뇌가 일 하기 쉬운 상태로 바꾸는 것이다.
우리들은 머릿속에 존재하는 뇌라는 장기기관에 놀아나고 있다
해야 할 일을 미루게 되는 뇌과학적 메커니즘
사람은 지금 바로 해야 할 일이 있음에도 평소 하던 대로 나쁜 습관이 나오면 무의식적으로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사실 이 죄책감이 ‘지금 바로 행동’으로 옮기고자 하는 마음의 천적이다. 인간은 죄책감을 느끼게 되면 뇌 양쪽의 ‘내측 전두엽’이 활성화되는데, 이 부위에는 기대감을 조장하는 도파민을 붙잡는 수용체가 다량으로 분포하고 있어서 죄책감에 의해 불필요한 기대감이 높아지게 된다.
조금 모순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죄책감을 느끼고 난 다음의 행동’에 큰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나쁜 행동을 저지른 뒤에 후회하거나 사과를 하는 행위에 가치가 있다고 뇌가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후회나 사과를 했다고 해도 본래의 원인이 해소되지 않으므로, 다시 후회와 사과를 하게 만드는 행동 재현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일본에 살고 있는 나는, 처음에 일본 생활을 시작했을 때, 어느 동네나 시골에 가더라도 파칭코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대학원 그리고 졸업 후에 현지에서 취업을 해서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취미로 파칭코에 들락날락하는 사람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이런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잃고 나온다고 한다. 그러면서 '에효, 이제 좀 자제해야지'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지난 연휴에 파칭코에 다녀온 이야기를 한다. 이러한 도박이나 카지노에 반복해서 손을 대는 것이, 후회하는 행동의 재현에 대한 예라고 볼 수 있다.
나쁜 습관에 사로잡혀 있을 때, 그 행동이 정말로 좋아서 하는 행동인지 의식적으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사람의 뇌는 몸이 느끼는 바이오피드백에 의해 자연스레 감정이 생겨나게 되는데, 이는 뇌의 무의식적인 반사 조건이므로 ‘진짜로’ 좋아하는 것인지 혹은 가치가 높은 것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식적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려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의욕 상실’을 불러온다
뇌라는 우리 몸의 내장기관에 놀아나는 대표적인 예가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하려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해야 할 일을 실행하지 못했을 경우에 발생하는 죄책감 원리의 도파민에 놀아나서, 결과적으로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도파민의 놀이에 당하지 않으려면,
- '여기 까지라면 할 수 있다'라는 도달점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것,
- 현실적으로 하지 못하는 것을 뇌에 요구하지 않을 것,
- 하지 못 하는 것을 ‘할 수 있을 거라’고 과도하게 기대시키지 않는 것,
이 중요하다.
자신의 뇌에게 거짓말을 그만두면 도파민의 작용이 약해져, 자신의 상태를 좀 더 정확하게 되돌아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것'과 '작은 성공'에 주목할 수 있는 뇌를 만들 수 있게 된다.
뇌라는 내장기관에 놀아나서는 안 된다
이렇듯 나쁜 습관 때문에 정작 해야 할 일을 못하는 이유는, 우리 몸의 뇌라는 내장기관에 놀아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성격이나 지금까지의 인생의 문제가 아니라, 뇌라는 장기에 휘둘리고 있었을 뿐이다. 우선 이 사실 자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닌, 우리의 몸을 움직이고 있는 뇌를 변화시켜야 한다.
그럼 이제, 나의 뇌를 이해하고, 타인처럼 대해보자
우선 사람은 머릿속에서 의사결정을 하고 행동을 하는 방식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인간의 행동은 크게 아래와 같은 2가지 방식의 특징으로 나눌 수 있다.
‘피드백 방식’의 행동
-인간은 주어진 자극과 정보에 의해 움직인다-
사람의 뇌는, 몸의 감각 수용체에서 전해진 정보를 바탕으로 사고를 하고 다음 지령을 결정한다. 그런 의미에서 뇌는 반대로 신체의 지령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런 과정을 바로 ‘피드백’이라고 한다. 피드백 중심적인 뇌는, 눈앞의 시각적 자극이나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바로 새로운 행동을 하려고 해도 자연스럽게 다음 행동으로 이어갈 수가 없다.
이와 관련해서 피드백 방식의 가장 큰 폐해의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SNS 어플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지금의 SNS는 사람의 뇌를 흥분시키는 단편적인 정보들로 넘쳐나고 있으며, 인간관계를 핵심인 ‘사람과 이어지고’, ‘사람에게 인정받는’ 행위를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내 손 안의 스마트폰으로 간단하게 달성할 수 있다.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정보에 자극과 흥분이라는 피드백을 받게 되어, 계속해서 그것만 들여다보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피드 포워드 방식'의 행동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를 알 수 있다면 행동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어떻게 하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한다면 행동의 양상이 바뀐다. 그 이유는 뇌가 목적에 맞춰서 결과를 예측하여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애초에 무엇을 위한 행동을 하고 있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그 대답을 결정해서 몸에 어떤 지령을 내리면 좋을지 결정할 수 있다. 이 방식을 '피드 포워드'라고 한다.
나는 이 피드 포워드라는 개념을 접할 때마다, 디스커버리 채널의 '맨 vs 와일드'라는 탐험 생존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베어 그릴스를 떠올린다. 이 프로그램에서 베어 그릴스는 언제나 현재 처한 상황을 파악한 다음, 카메라에 얼굴을 맞대고 지금부터 벌이는 일(혹은 벌어질 일)에 대해 한바탕 떠들고 난 후 주저 없이 다음 행동에 뛰어든다. 이것이야 말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피드 포워드 방식의 표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 바로 해야 할 일에 착수하려면?
앞에서 언급한 두 가지 방식의 행동을 생각했을 때, 가능한 한 피드백 방식의 행동을 지양하고, 피드 포워드 중심의 행동을 하려고 의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피드 포워드 중심의 행동을 하기
- 어떠한 행동의 일단락을 작업의 성격별로 구분하는 게 아닌, 계획과 연관되는 행동을 조금이라도 더 덧붙여 봄으로써 조금 더 손쉽게 다음 행동으로 이어 갈 수 있다.
- 예를 들어, 회의에 참가한 후에 의사록을 쓰는 업무가 있다고 가정하자. ‘회의’와 ‘의사록 작성’은 별개의 작업이다. 지금은 바쁘니 의사록 작성은 나중에 하려고 일정을 잡아 놓아도, 결국에는 뒷전으로 밀려나 좀처럼 착수하기가 힘들다. 그러나 회의가 끝난 후에 책상에 돌아와서 회의 자료를 스테이플러로 집어놓고, 컴퓨터 화면 앞에 앉아 빈 워드 파일(혹은 빈 한글 파일)을 연 다음, 의사록 제목과 날짜, 참가자 정도의 내용만 써놓고 일단락 하자. 이 간단한 작업을 포함해서 회의라는 일정을 끝낸다면, 별도의 시간에 의사록을 작성할 때 한결 시작하기가 쉬워질 것이다.
- 그러므로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아도 좋다. 일단 한쪽 발만 걸쳐놓자. 뇌가 피드 포워드, 즉, 다음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조금이나마 생각하게끔 만드는 것이다. 이 방식은 억만장자 중 하나이자 Amazon.com의 회장인 제프 베조스가, 한 TV인터뷰에서도 언급한 일의 방식과 닮아있다. 그는 “내가 아직 어떤 행동도 한 적이 없다면, 의식한 후에 가능한 한 빨리, 첫 전화를 걸거나 첫 이메일을 보내거나, 그 상황을 다루기 위해 무엇이든 한다”라고 말이다.
- 갑자기 확 바꾸려는 발상은 뇌의 방식에 맞지 않는다.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행동을 바꾸려는 기분은 이해하지만, 행동을 바꾸기 위해 명령을 내리고 있는 뇌를 변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을 뛰어넘으려고 하면, 그 어떠한 것도 지속되지 않는다. 우선은 뇌를 바꾸자. 그러고 나서 행동을 ‘스몰 스텝’으로 조금씩 바꿔나가는 것이 효율적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할 일을 미루지 않는 습관’ 들이기
단기적인 응급처치가 아니라, 뼛속 깊이 ‘할 일을 미루지 않는 습관’ 몸에 익히고 싶다면, 수많은 피드 포워드가 자동적으로 튀어나올 수 있도록 자신만의 지혜를 쌓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혜란, 여러 종류의 지식이 자신의 안에서 연결되고 체화된 상태를 의미한다. 앞서 언급한 베어 그릴스는, 과연 단편적인 지식만을 많이 습득해서 야생에 대처할 수 있는 판단력을 기를 수 있었을까? 분명히 수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자기가 지닌 지식들이 넓게 연결되어 얻어진 지혜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미루지 않는 습관이 우리의 하루하루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롭고 쾌적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한 기대를 가지고 행동력을 높일 수 있도록 지혜로운 사람이 되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있다(아래 포스팅 참조). 이 포스팅을 읽고 여러분들도 생각한 것을 미루지 않고 바로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나의 사명서 작성하기(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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