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와 언어에는 추상화의 본질이 담겨있다
인간이 가장 동물과 다른 점은 무엇인가? '지능이 발달해 있는 점'인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발달한 지능이란 어떤 것일까?
언어와 숫자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사용할 수 있어 지식을 축적하고, 과학처럼 도움 되는 체계적인 이론으로 구축하여 재현 가능한 것으로 만들어, 다양한 '도구'를 발전시켜 활용할 수 있다. 이런 점이 인간이 동물과는 다른 존재로 만들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언어나 숫자를 취급할 수 있는 것이, 인간의 지능의 기본 중의 기본이다. 언어가 없으면 커뮤니케이션이나 지식의 전달도 불가능하다. 다양한 도구와 종이, 기술을 발전시키고 전승시킬 수 있었던 것은 언어와 숫자(혹은 기호)로 그것들을 기술하고, 기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언어와 숫자를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이, 여러 가지 것들을 모아서 하나로 '추상화'하는 작업이다. 이 추상화의 과정을 통해 인간이 만들어 낸 대표적인 것이 '숫자'와 '언어'이다.
추상화를 이루지 못한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이는 우리들 세계에 숫자와 언어가 없으면 어떻게 될지를 생각해 보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 숫자와 단어를 다루지 못하면 우리의 삶은 거의 성립되지 못하고, 동물과 비슷한 삶이 되어 버릴 것이다. 언어가 없으면 커뮤니케이션이 성립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책을 읽거나 공부할 수 없다. 또 숫자가 없으면, '돈'을 사용한 경제 활동도 일체 성립되지 못하고, 전철이나 자동차도 사용할 수 없으며, 그 이전에 과학 기술의 발달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서 다시 한번 '숫자'와 '언어'가 어떻게 성립되는지 생각해 보면, 여기에 추상적 사고의 본질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숫자와 언어를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정보 공간에 널려져 있는 개별의 정보들을, '정리해보니 같은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행위가 필수불가결이다.
우선, '숫자'에 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 사과 3개도 강아지 3마리도 자동차 3대도 책 3권도, '정리해보니 같은 것'이라는 생각에 의해, '3'이라고 하는 숫자가 성립된다. 이 아무렇지도 않은 것이 당연한 것 같지만, 동물에게는 이러한 '개념'을(아주 한정적인 일부의 것 밖에) 취급할 수 없다.
한편, '언어'에 관해서는 어떠한가. '언어'도 '정리해보니 같은 것'이라고 취급하는 작업에 의해서, 개별의 사건이나 사물에 이름을 붙일 수 있으며, 그와 같은 성질의 것들을 정리하여 사용함으로써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고, 삼라만상에 대한 이해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면, 참치(다랑어)도 연어도 고등어도 가다랑어도, 정리하여 '물고기'라고 칭할 수 있으며, "물고기를 먹자"라든가 "물고기는 건강에 좋다"라고 하는 표현이 가능하게 되어, '어류'에 대한 연구가 진행된다. '물고기'라는 단어(또는 동등한 단어)를 사용하지 않고 이들을 표현하려면 일일이 물고기의 이름을 모두 들어야 한다. 게다가 덧붙이면, '참치'라는 것만 해도 수만 마리의 참치를 '정리해보나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취급할 수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또한, '부산 자갈치시장의 어느 한 가판대에서 팔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앞에서 3번째 줄, 왼쪽에서 5번째 줄에 올려져 있던 참치'를, '참치'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모두 구별하고자 한다면, 얼마나 힘든 일이 될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와 같이 '개별'로서의 구체적인 것과, '정리해보니 같은 것'으로 취급하는 추상적인 것의 관계를 다음의 그림과 같은 삼각형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 삼각형은 다음의 특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 복수의 구체적인 것들을 [N:1]로 정리한 것이, 추상이라고 하는 관계.(그러므로 아래로 갈수록 퍼져 간다)
- 구체와 추상이라는 관계는, 상대적으로 연속되어 있으며, 그것이 일체가 되어 계층적으로 존재하는 것. 예를 들어, 참치는 물고기의 구체적인 것이기도 하고, 수만 마리의 종류와 모양 크기도 다양한 다랑어를 참치로서 추상화한 것이기도 한 것처럼,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저울질하여 구체적인가 추상적인가 결정된다.
'추상적 사고'는 인간의 위대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능력이다
앞서서, 언어가 추상화의 예라고 이야기했지만, 언어 능력은 추상화 능력과 떼려야 뗄 수 없는 표리일체의 관계다. 그러므로, 만약, 강아지의 말을 번역해주는 '애견 언어 번역기'가 발명되어, 단어 레벨의 말을 변환할 수 있다고 해도, 추상화 수준이 맞지 않으면 커뮤니케이션이 성립되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개와 자동 번역이 가능하게 되었다 가정하고 사고 실험을 해 보자. 그러면 이런 대화의 풍경이 펼쳐지지 않을까?
- 주인 : "카롱(애견의 이름), 밥 먹을래?"
- 카롱 : "응!? 밥이라는 게 뭐야?"
- 주인 : "너의 사료를 말하는 거야"
- 카롱 : "뭐!? 사료는 또 뭐야?"
- 주인 : "있잖아~ 다이어트 사료, 그, 오리젠에서 나온, 피트 앤 트림이라는 사료!"
- 카롱 : "뭐? 결국에는 뭘 주겠다는 건지 잘 이해 못 하겠는데......??"
- 주인 : "거 참, 어제 아침에도 먹었잖아! 현관문 신발장 젤 밑에 옆으로 눕혀놓은 큰 봉지에 들어 있는 거~!"
- 카롱 : "아~, 그걸 이야기한 거였구먼. 계속 어려운 말만 하길래,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 못 했네"
- 주인 : "뭐라고??......"
설령 내가 키우는 애견과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도, 추상화된 개념의 이해력이 약해서, 위와 같이 전혀 대화가 통하지 않을 것이다. 개에게 언어라는 것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기본적으로 '구체적인' 것을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 무엇하나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것이다. 실제로는 위 대화에서도 추상적인 개념('뭐?'도 그중 하나임)이 사용되고 있으므로, 이러한 대화가 개에게는 아주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지능의 위력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추상화'라는 능력인 것이다.
'자기계발 > 생각의 소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상적 사고의 힘 - 하나를 알면 열을 알게 되는 패턴과 법칙의 인식 (0) | 2022.11.26 |
---|---|
추상적 사고의 힘 - 현실세계를 무한히 확장시키는 인간의 정신세계 (0) | 2022.11.25 |
인간이 보고 있는 것은 과거의 기억이다 (0) | 2022.11.11 |
'추상적 사고'란? - 캐리커쳐를 그리는 작업과도 같다 (0) | 2022.11.08 |
‘추상적 사고’ 없이 인간은 살아갈 수 없다 (0) | 2022.11.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