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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행동・습관・루틴

작심삼일 대처법 - 뇌에게 작심삼일은 당연한 것이다

by 후니훈 - Mindfulness A to Z 2023.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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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리고 보니 이미 작심삼일 상태

일본에 살고 있는 나는 작년 여름부터 2개의 블로그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고, 수개월 뒤에 양쪽 블로그 다 구글 애드센스로부터 광고게재 허가를 받았다. 우울증과 공황장애 때문에 휴직 중에 있던 나에게,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므로, 기쁜 마음으로 열정을 불태우며 포스팅을 해왔다. 특히 작년 10월 말부터는 한 달 반 가까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포스팅을 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12월 중순부터 포스팅이 뜸해졌고, 새 해 들어와서는 양쪽 블로그 통틀어 이 글을 제외하고는 고작 1개의 포스팅 밖에 작성하지 못한 상태이다. 연초에 올해는 200 포스팅 이상 게시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지만, 기가 막히게도 벌써 1월은 지나가 버리고 2월로 접어들었다. 이미 작심삼일은 한참 초월한 상태이다.

이 블로그의 테마가 셀프 매니지먼트인데, 습관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을 스스로 지켜보고 있자니, 참으로 모순적이기 그지없다.

하지만 이대로 그냥 방치하고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자기반성차, 작심삼일은 왜 일어나는 것이며, 그 대처법은 없을지에 대해서 포스팅을 해보도록 하겠다.

 

문제는 의지의 변화가 아니라 환경의 변화에 있다

우선 왜 잘해오던 습관을 중단하게 되었는지 변명을 좀 늘어보겠다.

첫 번째는, 생활환경의 변화다. 나는 작년 12월 말부터 나처럼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 때문에 휴직 중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복직 재활 훈련을 받고 있다. 프로그램은 첫 두 달간은 주 3일(월, 수, 금)의 일정으로 진행되며, 회사에 출퇴근하듯이 하루 8시간 동안 재활 치료 시설 내에서 하루를 보낸다. 그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7개월 가까이 전업주부에 가까운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황금 같은 평일 낮의 주 3일을 재활 치료 시설에서 보내게 되었으니 이는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는, 계절의 변화다. 봄, 여름 그리고 가을 동안, 나는 기분이 울적해지면 스쿠터를 타고 가볍게 라이딩을 하며 기분전환을 하거나, 중간에 어딘가 분위기 좋은 카페인 들려서, 책을 읽거나 블로그를 쓰곤 했다. 하지만, 계절은 겨울로 접어들게 되었고, 추운 날씨 때문에 스쿠터를 타고 나갈 수가 없게 되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또한 내가 살고 있는 일본은 한국과는 달리 대부분의 주거지가 보온에 취약하여 한 겨울에는 집 안과 밖의 기온차가 별반 다를 바 없다. 덕분에 컨디션 조절을 하는데 좀처럼 애를 먹는 경우가 많고, 추위를 견디다 못해 이불속에 처박혀 지내는 시간도 늘어났다.

세 번째는, 이벤트이다. 일본은 1월 1일 신정이 한국의 설날에 해당하는 명절이다. 그래서 연말연시에 긴 연휴가 있다. 이 기간 중에는 회사원들도 쉬고(내 아내도 쉬고), 보육시설도 문을 닫는다(줄곧 애를 봐야 한다). 또한 명절이다 보니, 이래저래 많은 친인척들 집에 방문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일주일이상 평상시와 다른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당연히 매일같이 해오던 일은 잠시 중단될 수밖에 없다.

매일 같이 진행해 오던 루틴을 어쩌다가 새해 첫 달부터 중단하게 되었는지 몇 가지 그 이유를 나열해 보았다. 

하지만, 나는 이에 대해 앞서서 변명이라고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이는 변명이라기보다는, 인지과학적 특성상 당연하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뇌의 특성이 원래 그렇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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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감정과 정서

인간은 뇌를 통해서 생명현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감정도 느끼고 있다. 또한 진화의 과정 속에서 대뇌피질이 발달한 덕분에 지구상의 그 어떤 생명체도 가지지 못한 사고능력을 지니고 있다. 사고가 가능해지고 개념의 발생이나 추상화 능력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언어가 형성된 덕분에, 현대인은 누구나 머릿속에 자신만의 정보공간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정보공간은 엄연히 뇌의 원시적인 생명유지기능과 감정기능 위에 발달해 있다. 이는 서로가 전혀 분리된 것이 아니며 서로 큰 영향을 주고받도록 뇌의 신경회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간의 정보공간은 현실의 물리공간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덕분에 인간은 감정으로부터 강한 지배를 받고 있다. 

불편한 일이 있으면 분노에 사로잡히고, 불합리한 일이 있으면 충격을 받아 사고와 행동이 감정에 좌우된다.

그래서 환경이 바뀌면 감정도 바뀌고 자연스레 사고와 행동도 바뀌게 된다.

정보공간 속에 형성시킨 '새해 목표'나 '마음 다짐'과 같은 동기는, 물리공간에서 일어나는 외부의 환경의 변화나 이벤트 발생에 의해, 그 의미가 변조・퇴색되어 자연스레 행동으로 옮겨지지 못한다.

그러므로, 지금과 같은 복잡계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자신의 목표와 계획을 금세 잊어버리고 작심삼일로 끝내버리는 이유는 인지과학적인 관점에서는 아주 당연한 것이라 이야기할 수 있다.

 

목표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꾸준히 '보수・업데이트' 해야 한다

그럼, 모처럼 큰 포부를 가지고 세운 목표를 작심삼일로 끝내지 않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① 결코 이루기 힘들 정도의 큰 목표를 세울 것

우선은, 어떤 한순간에 형성된 목표라는 것은 그 순간의 감정에 유래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시간이 지나도 감정이 변하지 않을 정도로 큰 목표를 세우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점은, 자신의 욕망을 자극할 수 있을 정도로 큰 목표인가 하는 점이다. 여기서 욕망이란, 본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이제 곧 수험생이 되는 고3학생이 현재 자신의 모의고사 점수를 보고 'In 서울 만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하자. 하지만 목표는 좀 더 원대해야 한다. 적어도 대한민국 원탑인 서울대를 목표로 해도 모자라다. 아니, 여러 가지 지표를 참고했을 때 세계 최고 대학이라고 평가받는 하버드 대학이나 캠브리지 대학, 예일 대학 등을 목표로 해야 한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이라고 생각한다면, 이 학생의 본능은 완전히 기능부전을 일으키고 있을지도 모를 정도로 욕망이 너무 약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사람의 감정이란 외부요인에 의해 순식간에 바뀔 수 있으므로, 뜨거운 욕망(즉, 본능)을 자극시켰을 때야 비로소 목표에 대한 감정을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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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자신의 감정을 꾸준히 '보수'하고 '업데이트' 하자

자신의 목표를 작심삼일로 끝내지 않기 위한 또 다른 대책으로, 자신의 감정을 꾸준히 체크하고 다듬는 것이다.

앞에서 이루기 어려울 정도로 큰 목표를 세우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했는데, 당연히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세한 목표로 나뉘어 구체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감정을 보수하고 업데이트하는 일이다.

각각의 세부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도 그 나름의 프로세스가 존재할 텐데, 이 프로세스를 진행함과 동시에 그 일에 대한 퍼포먼스가 향상된다. 문제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퍼포먼스의 변화가 없이 정체기를 맞이하게 된다. 연습 시간의 경과와 성능의 관계를 학습 곡선이라는 것으로 나타낼 수 있는데, 이 학습 곡선의 도중에는, 연습을 해도 퍼포먼스가 변하지 않는 플라토(plateau)라고 불리는 시기가 있다. 연습을 거듭해도 숙달되지 않기 때문에 연습이 지루해지거나 슬럼프라고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운동 생각보다 별로 의미 없었어'라며, 그만두는 경우는 이 타이밍에 많이 발생한다. 여기에 외부 환경의 변화까지 더해지면, 지속하던 일을 멈추는 데에 강력한 구동력으로 작용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퍼포먼스의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그 동작에 필요한 노력이나 주의해야 하는 것이 줄어들거나, 에너지의 소비량이 줄어드는 등의 향상이 일어난다. 

'성장이 멈추었다'라고 느끼는 착각은 뇌와 몸의 격차의 표현이지만, 지식으로서 이 플라토라는 시기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하는 자체 만으로도, 행동을 지속하는 힘이 크게 달라진다. 또한, 자신의 퍼포먼스를 평가하고 피드백을 할 때, 자신의 욕망을  자극할 수 있도록 조금씩 목표치를 끌어올리거나, 본래의 감정을 되돌아보는 등, 자신의 감정을 끊임없이 '보수'하고 '업데이트'하여, 목표에 대한 신선함을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③ 작심삼일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한 신체활동이다

마지막으로, 메타인지 관점에서 다음 사항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작심삼일은 뇌의 특성상 당연히 일어나는 신체활동이다'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작심삼일이 '의지의 문제'라고 착각하고 있다가는 죄책감의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인간은 죄책감을 느끼게 되면 뇌 양쪽의 ‘내측 전두엽’이 활성화되는데, 이 부위에는 기대감을 조장하는 도파민을 붙잡는 수용체가 다량으로 분포하고 있어서 죄책감에 의해 불필요한 기대감이 높아지게 된다.

조금 모순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죄책감을 느끼고 난 다음의 행동’에 큰 가치를 부여하게 된다. 예를 들어 나쁜 행동을 저지른 뒤에 후회하거나 사과를 하는 행위에 가치가 있다고 뇌가 평가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후회나 사과를 했다고 해도 본래의 원인이 해소되지 않으므로, 다시 후회와 사과를 하게 만드는 행동 재현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작심삼일이 일어났다고 해서 죄책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우리는 그저 '어?! 그러고 보니 작심삼일이 일어났네? 내 뇌가 제기능을 하고 있다구나. 참으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고, 자신의 목표와 관련된 감정 상태를 다시 되돌아봄으로써 목표를 지속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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